나답지 않게도 꼼꼼한 사전 조사없이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그래서 도착하기 전까지 정확하게 서양미술 거장전이 아닌 렘브란트전인 줄로만 알았다.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미술에 대한 얄팍한 호기심 하나뿐이었으니.
도슨트가 필요했지만 주말, 공휴일은 도슨트가 제공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박찬민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할 수는 있었다.
가이드 이용료는 3,000원.
UK 출장 때 대영 박물관의 경험을 곱씹는다면 나에겐 오디오 가이드는 필수였다. ^-^
나이든 여인의 초상화
미술에 대한 이해력이나 무한한 감흥을 느낄만한 감상력은 부족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면 빛과 어둠이 잘 표현된 그림, 특히 풍경화들이다.
빛과 그림자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렘브란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갔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는 렘브란트전인 줄 알았다는 사실. 렘브란트 유화는 우측 '나이든 여인의 초상화' 한 점 뿐이었고, 대신 많은 에칭 작품이 있었다. 정밀한 에칭 기법이 신기하긴 했지만 다른 걸 기대하고 간 나는 그런 면에서는 살짝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그 외 러시아 국립 푸시킨 미술관이 소장한 17-18세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뤘으며, 오디오 가이드는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중 돋보였던 것은 빌럼 판 알스트의 '장미와 복숭아'이다.
연분홍 빛깔을 내는 장미 꽃잎 한겹 한겹과
금속 쟁반에 반사되는 복숭아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된 그림이었다.
아래 사진은 대도록에 있는 '장미와 복숭아'.
'장미와 복숭아' 엽서가 있으면 구입하고 싶었지만 없더이다.
아쉬운 김에 스티커를 몇 장 사긴 했다.
대도록은 절친님이 구입한 것이지만 절친님은 다른 전시도 구경하고 싶다기에
혼자 보라고 보내버리고 (-.-) 나 역시 혼자 커피숖에 앉아서 거의 다 봐버렸다.
예술의 전당 내 커피숖에서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방금 관람한 전시회의 도록을 보면서 즐기는 시간은 빠듯한 직장인에게는 얼마나 호사스러운지!
그리고 나왔더니 어느덧 캄캄해졌다. 역시 예술의 전당은 밤에 봐야 예쁘다.
간만에 즐긴 문화생활이라 그런지 정말 기분 좋다.
집 근처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누리고 살진 못 한 것 같다.
결국, 바지런하지 못 한 삶에 대한 가장 큰 손실은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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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이 구실을 제대로 하네 ^^
2008/12/10 01:34당연 제대로지~
2008/12/11 13:52나의 님께서 이 전시회 보러 가자고 하는데, 괜찮은 것 같으오?
2008/12/12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