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nuri's Mini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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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09/01/01 18:57 by 스타누리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던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방 청소를 하다가 고등학교 때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보게 됐다.
풋풋했던 1996년 다이어리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가 메모 첫 페이지에 적혀있다.

고등학교 때 언젠가 전지에 추천시를 적어 교실 앞 칠판 옆에 붙이곤 했는데,
유치환 <행복>이 걸린 적이 있었다.
"나만의" 것이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는 것 같아서 괜한 투정을 부렸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설레게 만들었던 그때의 감수성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마도 그때 나는 무척 행복했을 것이며.
조금은 더 어른이 되어버린 오늘 2009년을 맞이하며 항상 행복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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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young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96년 다이어리에 적힌 니 글씨가 너무 낯익어서 반갑고 울컥한다. 저 글씨체로 총총히 써내려간 편지를 받을 수 있었던 그 때 나도 참 행복했었다. 다른 사람의 공간에서 내 마음에 다가오는 시를 만날 수 있는 지금 또한 행복하고..

    2009/01/02 02:15
    • BlogIcon 스타누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굉장히 정성스럽게 쓴 티가 나지? 지금보다 더 어른스러운 글씨체인 것 같아 나도 보면서 깜짝 놀랬다는. 13년 전이라니 징그럽기 짝이 없다. ^^

      2009/01/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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